충무로갤러리, 개관 1주년 특별전시회 ‘잠시, 멈추고’ 개최
10대 시절 부친이 사주신 카메라로 사진과 첫 인연 맺고
6년 전 부친 별세 후 공허한 마음 추스르고자 본격 나서
‘영화‧사진‧이순신의 거리’ 충무로에 위치한 한영빌딩에
갤러리 개관해 각지에서 몰려오는 예술인들 사랑방 역할
코로나로 우울한 국민들에게 희망 주고자 첫 개인전 열어

‘작가’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가 출사 중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이스틸 제공
‘작가’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가 출사 중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이스틸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사진은 그저 한 장의 형체나 모습의 정체된 피사체가 아닌 우리에게 그 시간 속의 기억과 즐거움, 슬픔 같은 추억과 감정을 우리에게 함께 전해 준다.”

국내 대표 강관전문기업 하이스틸 엄정근 대표가 ‘철강맨’이 아닌 ‘작가’의 자세로 밝힌 ‘사진’에 대한 철학이다.

엄 대표는 7일부터 30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충무로갤러리에서 개관 1주년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엄 대표가 사진작가로 나선 후 여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동료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가진 적은 있지만, 혼자서 소중히 간직해 왔던 경험의 흔적들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들려주는 자리다.

전시회 주제는 ‘잠시, 멈추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든 것이 중단된 2020년 사회상을 반영한 듯한 주제다. 엄 대표가 지난 6년간 전국 각지를 돌며, 카메라 렌즈에 담았던 수 많은 작품들 가운데 엄선한 3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하늘’, ‘바다’, ‘산’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며, 우리 일상 속에 담겨진 인물사진들도 곳곳에 보인다.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의 첫 개인전 ‘잠시, 멈추고’ 포스터. 사진=하이스틸 제공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의 첫 개인전 ‘잠시, 멈추고’ 포스터. 사진=하이스틸 제공

◆아버지 떠올리게 해준 ‘카메라’

엄 대표는 전시회 도록에 실린 인사말에서 카메라를 처음 만났을 때, 사진작가로 본격 나서게 된 사연 등을 ‘아버지’와 ‘충무로’, ‘한국’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본인은 10대 때부터 아버지께서 사두었던 집의 카메라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었던 경험들이 있다. 우리가 10대 때 찍었던 카메라는 흑백필름을 넣고, 필름이 아까워 다시 보관하다가 24번의 필름을 다 찍을 때까지 몇 달의 시간이 지나 현상소에 맡기고, 며칠을 기다리다 사진을 찾는 날에 사진이 잘 나왔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찾으러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간이 흘러 그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에서 느꼈던 감성은 여전히 묻어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가 되어, 셔터를 누르는 횟수도 거의 무한정으로 찍을 수 있고, 바로 지울 수도 있으며, 결과물을 그 자리에서 쉽고 빠르게 확인도 할 수 있으니, 세상 편리한 카메라에 피사체를 막 찍어대는 것이 마냥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나도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을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한 컷, 한 컷 아껴서 찍는 습관은 예전 필름 카메라를 의식해서인지, 아직도 습관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의 작품 '하나. 두울...'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의 작품 '하나. 두울...'

2014년 2월 7일, 부친 송암(松岩) 엄춘보 한일철강 명예회장이 7일 별세했다. 송암은 한국 철강업계를 일으킨 1세대 기업인으로 1957년 한일철강을 설립해 2003년 1월 파이프 제조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하이스틸을 국내 최대 파이프 업체로 성장시키는 등 한국철강산업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2남 1녀 중 차남으로 형 엄정헌 한일철강 회장, 하이스틸을 이끌고 있는 엄 대표는 송암에 대한 존경심이 남달랐고, 그래서 부친의 별세로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바로 카메라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으면 아버지와 함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2014년 초 아버님께서 93세에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른 후 한동안은 마음을 둘 데가 없이 허전하고 답답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사진클럽에 수강 신청을 하게 된 것이 작품 활동을 하게 된 동기이다. 수강을 함께 하던 동기들과 의기투합하여 매달 이곳저곳 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회사 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자주 나가진 못했지만, 어느덧 6년간 찍어 두었던 사진들이 조금씩 모여, 그럭저럭 많은 작품이 모이게 되었다. 작품집 속에만 넣어두기 아까운 마음에 몇몇의 작품들을 꺼내어, 지인들과 함께 그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갖고자하는 생각으로 몇몇 작품들을 전시하게 되었다.”

◆마음의 안식 찾는 ‘문화‧예술의 충무로’ 희망

엄 대표는 충무로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하이스틸 사옥이 위치한 이 곳은 그가 초등학교 시절에 이사 와서 군에 갈 때까지 살았던 동네다.

“그 시절 집 앞에는 곧잘 영화 촬영이 있어서 영화배우들이 자주 다녔고, 촬영하는 장면들과 벽면에 붙여있던 영화 포스터를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충무로는 ‘영화의 거리’라고 하는 이름이 있다. 과거 영화의 거리라는 명성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과거부터 영화 포스터를 많이 찍어내던 인쇄소들도 아직도 많이 있고, 전 세계 카메라들을 이곳에 오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카메라 상점도 많이 있어서, 전국의 카메라 매니아들이 계속해서 찾는 곳이기도 하다. 충무로는 또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태어나신 곳이기도 하며, 지금도 이순신 장군 생가터의 표석이 있다. 그래서 ‘이순신장군 거리’로도 불리어지고 있다.”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의 작품. 사진=하이스틸 제공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의 작품. 사진=하이스틸 제공

충무로 사옥(한영빌딩) 내 100여평의 규모로 개관한 전시관을 ‘충무로갤러라’라고 이름 붙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과거 영화, 사진, 역사의 숨결을 담았던 충무로는 이제 그 명성이 조금은 가라앉았지만 아직도 많은 소규모 갤러리와 사진 가게들, 영화 관련 산업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문화, 예술의 거리였던 충무로의 문화, 예술의 불씨는 충무로 곳곳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엄 대표는 “‘충무로갤러리’는 이러한 작은 불씨를 다시 타오르게 하여,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전시장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엄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2019년 10월 1일 개관한 충무로갤러리는 어느덧 첫 돐을 맞이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닥쳤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충무로갤러리는 지난 1월 ‘2020년 상반기 작가 공모전’을 개최해 실력 있는 젊은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을 제공했으며, 7월에는 ‘제17회 사진 비평상 수상자 展’ 등을 열어 회화와 사진작가들의 전시기회를 제공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오고 있다.

엄 대표는 “코로나19가 우리들에게 닥쳐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무겁고 우울하게 바꾸어 놓은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은 이 시각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관심 있는 이들의 갤러리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충무로갤러리’도 많은 젊은 화가의 작품, 사진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하여, 우울한 한 시대의 마음의 위안과 새로운 희망을 주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충무로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많은 뜻있는 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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